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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애니메이션 리뷰 : 파닥파닥 이대희 감독 3D 모델링


 언젠가 바닷가에 놀러 가서 구경한 생선회 시장을 기억하는가? 누구든 한 번 쯤 ‘자신들의 친구가 횟감으로 떠지는 생선들은 그 모습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할까?’ 하고 의문을 품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런 의문에 대한 잔인하고도 현실적인 생각을 애니메이션의 힘을 빌려 상상해낸 작품이 바로 이대희 감독의 ‘파닥파닥’이다. 2012년 7월에 개봉했고 상영 시간은 약 80분이다. 


 CJ에서 배급하였고 이대희 감독이 이대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 제작했다. 나무위키에 따르면 70% 이상을 2D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했다가 3D 애니메이션 전문가를 영입하고 나서 3D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알려진 총 제작비는 10억 원. 국내에서는 제작비 회수에 실패해 흥행에도 실패했지만 국제 영화제에서 좋은 평가를 받으며 국외 반응은 좋았다. 


출처: 네이버 영화 ‘파닥파닥’ 소개, 나무위키 ‘파닥파닥’ 소개


 영화 ‘파닥파닥’은 작품성의 눈으로 보자면 꽤 많은 사람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작품성이란, 자신의 주체적이고 독특한 생각과 시각을 가지고 본래 있던 어떤 관념을 재탄생시키는 데 얼마나 성공하였는가를 말한다. 예를 들어 영화 기생충은 일반적이고 통념으로 불리는 부와 빈의 차이를 아름답고 충격적으로 표현해낸다. 이 부분에서도 역설적이다. 가난과 부유함의 절대적인 존재는 누구나 인정하지만, 누구도 통탄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아름답고 충격적으로 그 차이를 보여준다. 이것이 바로 작품성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부분에서는 이대희 감독의 ‘파닥파닥’은 어느 정도 성공했다. 나 자신도 맨 처음 이 영화를 보기 시작할 때에는 ‘약육강식의 시대에 내가 물고기를 횟감으로 먹는 것에 대한 죄책감이라도 느끼라고 이런 영화를 만든 것일까?’라고 의문을 가졌다. 하지만 결국 수조 속 몇 마리의 생선의 삶에 빗대어 ‘끊임없이 목표에 대해 수영하면 언제든 어떻게든 그곳에 당도할 것이다’라는 결말을 보여준다. 그게 주인공인 ‘파닥파닥’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인간은 역설적이고 이해할 수 없는 것에서 예술의 매력을 느낀다. 영화 속에서 생선들의 살을 발라내고 살육하고 먹어버리는 인간들의 모습이 못나게 그려진다. 생선들의 살을 발라내고 창자가 버려지는 모습들도 물고기들이 주인공이 되어 얼마나 끔찍한지를 아름다운 선율로 노래한다. 우리는 애니메이션을 통해 이 모습을 안타깝게 바라보며 감정 이입을 한다. 그렇게 그들의 삶에서 메시지를 얻지만 우리는 또다시 내일 싱싱한 회를 먹으러 간다. 

 두 번째로 바라볼 관점은 ‘흥행’이다. 많은 사람이 문제점으로 삼는 그때 당시의 영화 마케팅의 방향이다. 마케팅에서 목표로 잡은 타겟 연령과 마케팅 메시지 또한 감독이 이 영화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과 전혀 달랐다. 어떨 때에는 그것을 반전의 도구로 사용하기도 하는데 만약 그 의도로 이 영화를 어린이 영화로 마케팅한 거라면 처참하게 실패했다고 본다. 결국 사람들이 보러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 또한 다양한 애니메이션 영화, TV 시리즈를 많이 봐왔지만, 작품성의 눈으로도, 애국심의 힘으로도 전혀 끌리지 않는 애니메이션이었다. 차라리 아마존 비디오 프라임에 대표 포스터로 실린 실제 영화의 메시지와 방향과 어울리는 이미지를 보았다면 작품성에 흥미를 가지고 개봉하자마자 보러갔을 것이다. 


 전혀 알 수 없었겠지만, 이 영화에는 몇 가지의 한국 성우가 직접 부른 뮤지컬 구간이 나온다. 어떻게 보면 이 뮤지컬 부분의 2D 연출 및 의도가 전체적으로 가장 볼만하지 않았나 싶다. 적절하게 잔인하고 그로테스크한 2D 작화들이 넷플릭스 ‘러브 데스 로봇 시즌 1’에서 나온 여느 작품에 뒤지지 않았고 특이했기 때문이다. 이런 작화와 연출이 한국성을 띠고 좋은 플랫폼에 게시된다면 분명 해외의 많은 바이어와 연출자와 영화 애호가들의 눈에 띌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 부분 또한 영화를 20분 이상 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영원히 알 수가 없다. 이 부분도 좀 더 부각이 되었더라면 좋았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았다. 


출처: https://www.youtube.com/watch?v=-MjcTmsFy3s

 세 번째 이야기의 구조를 보자. 전체적인 이야기의 구조가 흥미의 곡선을 타기까지가 너무 오랜 시간을 끌지 않았나 싶다. 나야 뭐 국내 애니메이션에 대해 애정이 있기 때문에 한 번 본 애니메이션을 중간에 끊지 않지만 평범한 사람이라면 영화를 절반 이상까지 봐야지만 각 주인공에게 관심이 생기고 그제야 주인공 고등어 생선 ‘파닥파닥’에게 감정이 이입되기 시작한다. 중간에 구겨 넣은듯한 파닥파닥 왕따 씬은 전혀 파닥파닥에게 동정심을 불러일으키지 않았고 오히려 맨 마지막에는 수조 속 무법자 왕인 올드넙치가 그 감정선을 가져가 버린다. 주인공 ‘파닥파닥’에게 감정이입 하기 위한 과거도, 현재의 극복기도 보여주질 않는다. 청중들은 안 그래도 짧은 80분이라는 시간 동안 어떤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을 하고 이 시간을 버텨나가야 할지 헷갈린다. 


 결국 전체적인 메시지는 수조 속에 갇힌 여러 마리의 생선들은 자신들이 언젠가 죽을 것이라 단념하고는 서로의 꼬리를 뜯어 먹으며 연명하지만 진짜 바다에서 온 이단아 고등어 생선 ‘파닥파닥’으로 인해 그들의 잔잔한 일상에는 돌이 던져졌고 그로 인해 결국 주인공인 ‘파닥파닥’은 희생되었지만, 어쨌든 예전 트라우마를 이겨내고는 어떤 이는 그 ‘바다’라는 목표를 달성하게 된다. 라는 것 아닌가. 


 영화든 드라마든 모든 스토리 묶음은, 그것을 보았을 때 청중들이 인정했으면 하는 메시지가 있다. 하지만 그 메시지를 던지기 위해서는 그 메시지를 감싸고 있는 어떤 것이라도 청중들에게는 흥미롭게 보여야 한다. 예를 들어 미술, 캐릭터 디자인이 특이하거나 매력적이어야 한다. 아니면 연출이 일반 대화를 주고받는 일반적인 드라마적 씬의 배치가 아니어야 한다. 일반적인 씬의 배치가 아니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건 나도 모른다. 거기서 연출자의 타고난 감각이 발현되어 천재와 아마추어를 가른다. 내가 원하는 메시지를 어떻게든 많은 사람이 끝까지 보게 만들어야 한다. 단순히 세상에 던지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그 이야기를 세상에 보란 듯이 던질 수는 없다. 이 세상에 뛰어난 작가, 연출가들이 판가름 나는 분수령이 바로 이것이 아닐까?


 이번 국내 애니메이션 ‘파닥파닥’을 감상하고 리뷰하면서 우리나라의 애니메이션 영화에도 희망이 있다고 느꼈다. 아직 애니메이션 영화를 열린 마음으로 봐줄 수 있는 청중들이 있고 예전 것 또는 남의 것들과 다른 우리만의 것을 추구하는 뛰어난 연출자들과 수많은 애니메이션 제작자들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언젠가 작품성이 높고 흥행 대박까지 칠 수 있는 국내 애니메이션을 만나보기를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