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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제작 컨셉 디자이너 에피소드 디자이너


 저번에는 애니메이션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기획에 대해 이야기했다. 

오늘은 기획자가 될 수도, 전문적인 애니메이션 제작을 이끌 수도 있는 양면성을 가진 디자인에 대해 말해보려고 한다. 

대부분의 시작을 앞둔 애니메이션 디자인을 꿈꾸는 새싹들은 애니메이션 디자인은 지극히 문과적인 성향이 필요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내가 겪어본 결과 뛰어난 애니메이션 디자이너, 컨셉 아트 디렉터가 되려면 뛰어난 센스는 물론 이 디자인이 실제로 가상의 공간에서 생겨났을 때 어떻게 표현되고 보여질지를 가시화하는 능력도 뛰어나야한다. 

맨 처음 이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이게 무슨 이야기인지 잘 모를 것이다. 

물론 디자이너의 성향에 따라 상상력이 강한 디자이너는 그에 따른 강점을 가지게 되는 것이고, 3D화를 정확하게 짚어내는 디자이너는 그 쪽으로 강한 디자이너가 될 것이다. 하지만 물론 2가지 중에 더 중요한 것은 전자이다. 그럼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한다.


 첫 번째, 상상력이 뛰어나야 하는 것은 디자이너와 아트 디렉터가 가져야하는 가장 크고도 반드시 가져야하는 능력이다. 어떤 시나리오와 캐릭터 설명을 보았을 때 시나리오를 보고도 한눈에 떠오르는 가시적 이미지가 있다면 디자이너로서 가져야하는 상상력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보자. 어떤 애니메이션 기획자나 연출자(본래 순서로 가자면 기획자 이후 연출자를 설명해야 하지만 연출자는 애니메이션 기획에 있어 너무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가장 후순위로 미뤘다) 가 고양이 두 마리가 집에서 좌충우돌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어한다. 이미 투자를 마쳤고 유아들을 상대로 방영하는 채널도 어느정도 정했다고 치자. 여기에서 디자이너는 여러 가지를 캐치할 수 있다. 가장 기본적인 것은 고양이 두 마리의 스타일과 느낌, 귀엽고도 사랑스러운 고양이 2마리의 색 조화와 스타일과 모양이 머리에 떠올랐다면 당신은 디자이너가 될 수 있는 첫 번째 관문은 넘은 것이다! 하지만 당신 머리에 떠오른 이 모습이 다른 사람들도 다 공감할 수 있는 디자인인가는 반드시 여러번 테스트해보고 자기 자신을 시험대에 올려 채찍질을 해야한다. 만약 그런 디자인이 느껴지지 않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면 아직은 수양이 더 필요한데, 가능한 방법은 당신이 원하고 그리고 싶어하는 스타일의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계속해서 따라 그리는 것이다. 다양한 채널에 있는 그림 채널에서 당신이 원하는 스타일의 디자인과 컨셉 아트, 그리고 3D화 된 이미지들을 계속해서 찾아놓고 저장해서 당신만이 가지고 있는 레퍼런스화를 해야 한다. 당신이 가지고 있는 레퍼런스가 곧 당신이 얼마나 다양한 디자인을 할 수 있는지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는 기획자와 연출자가 원하는 포인트를 짚어내는 능력이다. 이미 첫 번째에서 이야기한 당신의 디자인 실력에 확신을 가지고 있다면 두 번째는 기획자와 연출자가 원하는 것을 그려서 보여주는 것이다. 저 2줄짜리 기획만 듣고서는 러프(단순)하게 바로 연습장에 10초만에 스케치를 해서 보여주고서는 기획자에게 ‘와, 내가 말한 게 이런 느낌이야’ 라고 들을 수 있는 캐릭터를 그릴 수 있어야 한다. 이 때에는 디자인 실력이 중요하지 않고 센스가 더 중요할 것이다. 이런 센스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그 기획안이 어디에서 투자를 받았는지, 어디 방영인지, 연출자가 어떤 스타일을 원하는지, 얼마 정도의 예산인지를 캐치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모든 것은 사실 저기 2줄의 기획안에서 모두 알아낼 수 있다. 투자를 받은 곳과 방영하는 채널이 어디인지에 따라 원하는 스타일이 다르다. 예를 들어 대원이나 EBS 등 교육적인 기관에서 공격적인 투자를 받은 경우는 괴팍하고 웃긴 스타일의 슬랩스틱의 디자인을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신생 투자사나 특별한 곳에서 투자를 받거나 유튜브나 SNS , 넷플릭스 등 OTT 채널을 목표로 한다면 조금 더 하드한 디자인을 제안해볼만 하다. 
 연출자가 어떤 스타일을 원하는지는 귀엽고도 사랑스러운 느낌이라고 이미 이야기를 했다 여기에서는 2D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지, 3D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지에 따라 제안할 디자인이 다르다. 이 고양이들이 어디 공간에서 놀고 어디 공간에서 연출되어야 귀여울지 등의 초안을 제안하는 것도 아트 디렉터가 할 수 있는 것 중 하나이다. 물론 아트 디렉터와 컨셉 디자이너, 신입 디자이너에 따라 제안할 수 있는 정도나 해야하는 디자인의 분량 등이 모든 상황에 따라 모두 다 상이하다는 점은 감안해주기를 바란다. 
 얼마 정도의 예산인지는 사실, 디자이너가 꼭 체크할 필요는 없지만 예산에 따라 디자인과 퀄리티와 풍성함의 정도를 조절할 수 있는 것도 디자이너가 가지고 있으면 좋은 능력이다. 예산에 맞춰 스타일과 컨셉을 유지시키는 능력이 탁월하다면 PD도 스튜디오도 모두 탐내하는 디자이너가 될 수 있다. 원래는 PD가 이 역할을 가장 크게 하지만, PD 또한 그에 걸맞는 디자인이 나오지 않는다면 골머리를 앓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 마지막으로 애니메이션 디자이너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있는데 애니메이션 디자인은 사실, 캐릭터 디자인과 배경 디자인, 그 밖에도 다양하게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모든 것들을 다 디자인하고 싶다는 포부를 가졌으면 좋겠다. 이 모든 것들을 다 잘하게 된다면 그 이후 자신이 원하고 제일 잘 하는 것에 맞춰 라인을 가져가면 된다. 이 모든 것들을 아무생각없이 그리는 사람이 있는 반면, 하나의 컨셉을 잡고 그 컨셉에 맞춰 그림을 그리는 사람도 있다. 아이들이 보는 공룡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컵을 인간들이 사용할만한 컵으로 대충 디자인하는 사람과, 와 저거 진짜 귀엽고 공룡들이 쓸만한 컵이네 하하 웃기다 하는 디자인을 뽑아내는 사람이 있다. 물론 시간은 스케줄을 맞춰야하겠지만. 또 이렇게 당신이 잡아내는 컨셉이 연출자 마음에 들 수도 있고 연출자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다. 


 디자이너를 꿈꾸는 아직 공부하는 학생이라면 최대한 다양하게 그려보는 것과 캐릭터와 배경을 그려보는 것이 좋다. 나는 ‘캐릭터 디자인’을 할래. 하고 주구장창 캐릭터만 그려보는 것은 길게 당신의 디자이너 경력에도 좋지 않다. 사실 이성적이게 생각해보면 한 애니메이션에 캐릭터는 주연 캐릭터 디자인이 결정되면 추가적으로 나오는 캐릭터는 많지 않다. 그리고 캐릭터 디자인은 3D 제작에 맞닿아 있기 때문에 제작이 가능한 모델링을 위한 시트 제작의 실력도 필요하다. 배경 디자인을 잘하는 디자이너는 많이 못 보았는데 사실상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배경디자인을 보면 잘하는 효율높은 디자이너를 만나는 것이 쉽지 않다고 느껴진다... 디자인은 컨셉 디자인, 배경과 캐릭터 디자인, 개별 프랍 에피소드 디자인, 그리고 전체적인 애니메이션의 장면 룩을 모두 결정한다고 보면 된다. 다음번 글에서 모델링 제작과 연관하여 조금 더 자세히 쓰겠다.
 사실 내가 쓰는 이 모든 이야기는 PD로서 다양한 디자이너들을 경험해보고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나는 기획 PD보다는 모든 제작자와 긴밀하게 닿아있는 제작 라인PD에 가까운데 이렇게 되면 모든 스케줄을 정확하게 지키되 다양한 제작자들의 능력을 최대한 이끌어내어 최소한의 시간내에 최대한의 퀄리티를 내는 것이 목표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나의 이야기들이 거기에 목표가 있다는 점을 양해하기를 바란다. 분명 디자인만 중점적으로 하는 분들의 이야기는 다를 수 있다. 다음에는 모델링에 관련된 이야기를 할 것인데 PD로서 경험하는 이야기를 하기 때문에 전문적인 이야기는 할 수 없다. 잘 모르기도 하고.. 모델링 제작자는 어떤 부분을 잘 체크해주기를 바라고 어떻게 제작이 이루어지는지 간단한게 브리핑 듣는 생각으로 찾아와주면 좋겠다. 

일러스트레이터 이밤님이 그려주신 ''그리는 여름 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