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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 제작자 기획자란?

 

오늘부터는 애니메이션 제작 방법의 초기 단계인 기획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기획에 대해 구체적으로 제작을 위한 설명보다도 짧은 경험에서 느꼈던 마음가짐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하지만 나 또한 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에 내가 하는 이야기에서도 언제든 잘못된 이야기가 나올 수 있고 이게 항상 정답이 아니라는 점을 먼저 알리고 싶다.

 

우리가 처음에 애니메이션을 제작할 때에 내 생각에는 그것을 책임지고 만들고자 하는 한명의 수장의 존재의 유무가 상당히 중요하다. 그 수장은 총괄 감독이 될 수도 있고 총괄 PD, 기획 PD가 될 수도 있다.

이러한 사람들은 자신이 만들고자 하는 제작물에 대한 강한 신념 또는 집착이 있어야 한다. 자신이 원하는 스토리의 방향이라든지 어떤 스타일의 애니메이션이라든지 그 제작물에 대한 확고하고도 궁극의 목표(정신적 목표)가 있어야 한다. 목표를 가지게 되면 그에 따라 어디에서 투자를 받고 언제 방영을 할 것인지 즉, 피상적 목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적으로 내가 기획한 애니메이션을 만들어주는 사람들에게 월급은 줘야하기 때문에, 어딘가에 보여주고 그 애니메이션을 사랑해주는 사람들을 만들어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이 모든 것에 대한 볼륨 등이 정신적 목표에 따라 많이 달라지기 때문에 자신이 애니메이션 기획자를 꿈꾼다면 정신적 목표에 대한 구체적인 사항들을 꾸준히 메모하는 것을 추천한다.

 

그 목표를 가지고 그 제작물이 만들어지는 방법(어디에서 투자를 받을 것인가), 누가 만들것인가(어떤 목표를 가진 사람들을 위주로 모아야하는가), 결국 어디에서 방송하고 싶은가(최종으로 방송되는 곳)이 결정된다.

만약 어떠한 사람이 나는 유아들이 많이 보는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다고 생각하고 애니메이션을 만든다면, 유아 기획물을 많이 만들어보고 실제로도 아이들이 많이 보는 애니메이션을 제작한 이력이 있는 사람이 제일 중요할 것이다.

유아들이 보는 애니메이션은 퀄리티가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반면, 가지고 있는 메시지 등이 아이들에게 교육적이어야하고 이 부분이 아이는 물론 부모에게도 어필해야한다는 가장 중요한 점을 관통시켜야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획자는 본능적으로 그 목표들이 잘 먹히려면 어떤 재료를 가지고 이야기를 버무려야하는지 알아야할 것이다. (예를 들어, 아이들에게는 (원시적인 이야기지만) , 더러운 이야기가 잘 통한다.

우리는 이해하지 못하지만 아이들이 엉덩이 탐정’ , ‘뿡뿡이등의 캐릭터를 좋아하듯, 그리고 조금 큰 아이들에게는 여아 남아 할 것 없이 공룡, 변신, 동물, 강아지 등이 잘 통한다는 것) 아이들이 좋아하는 소재를 가지고 누구는 100명이 보는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반면, 1분짜리 트레일러를 만들어도 만 뷰가 되고 너나나나 투자를 하겠다고 만드는 그 타고난 능력이 있어야 한다.

 

이렇게 자신이 어떤 애니메이션을 기획할 때에는 다른 콘텐츠와는 구별되게 더욱 더 목표를 뚜렷이 잡아야하는 이유는 말 그대로 애니메이션 돈이 많이 드는 작업물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돈이 많이드는 만큼 우리가 작품 또는 예술, 아니면 소비재 등으로 소비할 수 있는 창조물 중에 유일하게 모든 것을 다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장르기 때문이다.

 

이 이유로는 영화애니메이션을 비교해본다면 더욱 더 쉽게 알 수 있다.

영화는 먼저 감독이 정확히 자신의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어떤 배우를 데리고 오느냐에 따라서 그 영화의 스타일이나 성공의 유무가 갈린다. 어떨 때에는 억대가 넘는 연봉의 스타 배우들이 승패를 좌우할 때도 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은 그 배우의 성격, 말투, 모습, 걸음걸이조차 모두 컨트롤이 가능하다. 그 배우가 왼손잡이인지, 오른손잡이인지, 양손잡이인 시각장애인이든지 어떤 특별한 점을 가지고 그 특별한 것들이 융합되어 어떻게 발현되는지 등을 모두 하나부터 열까지 컨트롤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애니메이션이다.

 

두 번째로는 소설, 책과 비교해볼 수 있다. 소설과 책도 무제한으로 상상해내고 창조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애니메이션과 비슷한 창조물이다. 하지만 소설과 책은 당신이 당장 아이디어가 있으면 만들어낼 수 있는 비교적 시작이 쉬운 창작물이다. 그러나 그 대신 그 창작물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느낌을 만들어내는지는 알 수 없고 통제할 수 없다. 그리고 어떻게 만들어져서 보여지는지 또한 알 수가 없는 길이다. 예를 들어 나는 사과를 먹었다라는 글을 썼을 때에 여기에서 이 사과가 먹음직스럽게 익은 사과인지, 한쪽이 썩은 사과인지, 스티브잡스가 만들어내었던 단면의 2D 사과인지는 양 쪽의 글을 읽지 않는 이상 모른다. 그 사람이 지금까지 가지고 있었던 사과라는 형태가 어떤 것인지를 정확히 꿰뚫지 않는 이상 영원히 독자의 눈에서 재탄생할 뿐이다. 그만큼 독자에게 칼자루가 쥐어지고 작가는 칼자루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사람일 뿐이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은 그 사과를 모델링하는데 1년이 걸릴 수도 있고, 삼십분이 걸릴 수도 있다. 아니면 이 세상에 없는 사과를 만들어내기도 가능하다. 그 사과를 먹는 모습을 30분에 걸쳐서 보여줄 수도 있고 이세상이 아닌 화성이나 또 다른 세상에서 먹는 모습을 보여주고 연출할 수 도 있는 것이다. 혹자는 영화에서도 그 것은 표현 가능하고, 책에서도 묘사가 가능하다고 비관적으로 보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그사람에게 확실히 말해주고 싶다. 그 사람은 애니메이션을 직접 만들어보지 않은 사람이며 아직까지 애니메이션의 무궁무진한 가능

성을 보지 못했다고 말이다.

 

 

이번에 작품 기획 및 애니메이션 제작에 앞서 제작자는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느냐를 이야기해보고 싶었는데 그 이야기를 하다 보니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 옆으로 샜다. 글의 골자는 애니메이션 기획자가 되기를 원한다면 자신이 원하는 애니메이션의 방향을 정확히 잡고 그것을 효율적이고 가능하게 실현시켜줄 사람들과 함께하는 능력을 꿈꾸라는 것이다.

 

당신이 애니메이션을 꿈꾼다고 해서 내가 말한 것처럼 거창한 것들을 꿈꾸지 않아도 된다. 단순히 고양이 한 마리가 꾸벅꾸벅 조는 모습에서 시작한 짧은 넌버벌(대사가 없는) 3분이 안 되는 짧은 애니메이션이 되어도 좋고, 언젠가는 다른 나라에서 극찬 받을 애니메이션 장편 영화를 꿈꿔도 된다. 그 목표에 나아가야하는 방향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애니메이션 업계에 들어와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당신의 인생은 확연하고 잔인하게 방향이 달라질 것이다. 그리고 당신의 옆에 남는 사람들도 달라질 것이며, 어쩔 때에는 어쩔 수 없이 상처주는 사람들이 생기게 될 것이다.

 

어떠한 사람도 시간 낭비를 하지 않도록, 그들의 인생을 낭비하지 않도록 그리고 그것들을 모두 잘 짜 맞춰서 어떤 애니메이션이라도 완성하는 것이 나에게는 가장 궁극적인 목표이다.

 

당신이 단순히 잘 팔릴 유아애니메이션에 1년을 넘게 소비하는 계획을 짜는 사람이라면 나는 당신과 일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당신이 세상을 놀라게 할 애니메이션 제작을 꿈꾸는 사람이지만 사랑하는 사람들도 자주 만나야하고, 가족과 가정을 꾸리면서 단란하게 살며 워라벨을 즐기겠다고 하는 사람이라면 서슴없이 나는 당신이 내 팀원이 되는 것을 거부할 것이다.

이 모든 결정과 결심은 당신을 무한히 다양하게 변하게 할 것이다. 당신을 정의 내리게 될 것이다. 1년 뒤, 3년 뒤, 그리고 10년 뒤 내가 만들어낸 것들에 대해 당당하게 자랑할 수 있는 사람인지를 만들어줄 것이다.

 

우리는 애니메이션을 왜 사랑하는가, 왜 애니메이션을 보고 울고 웃는가. 우리는 왜 밤을 새며 애니메이션을 만드는가, 우리는 왜 짧고 단순하지만 아이들이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파는가. 아이들은 왜 그들의 유년기를 애니메이션을 채워 넣는가.

 

그것은 분명 어떠한 창조물들도 주지 못하는 애니메이션만의 특수성이 있기 때문이다. 나는 아직까지 믿고 있다. 내가 몸담고 있는 애니메이션이라는 업계가 언젠가는 만들어낼 그 가능성이 아직 잠재하고 있다고. 우리가 조금 더 애니메이션을 믿고 만든다면, 애니메이션을 사랑하는 만큼 희생하고 올인할 자신이 있다면 아직까지는 애니메이션이 가진 가능성을 우리가 실현시킬 수 있다는 것을.